천도제

이강석 전 남양주시 부시장

▩ 천도제

薦度齋(천도재)란 죽은 이의 영혼을 극락으로 보내기 위해 치르는 불교의식으로서 49재, 100일재, 小喪, 大喪 등이 있습니다. 부모님이나 가족이 돌아가시면 49일 되는 날에 49재를 지냅니다.

이는 죽은 사람의 명복을 비는 의식입니다. 薦度(천도)란 죽은 영혼이 좋은 곳에 태어나도록 기도함을 뜻합니다. 칠칠일, 칠칠재라고도 합니다.

 

 

사람이 죽으면 다음 생을 받을 때까지 49일 동안 中陰(중음)의 상태를 맞게 됩니다. 중음이란 죽은 후 다음 생을 받기까지의 기간을 뜻합니다.

이 기간 동안 다음 생을 받을 緣(연)이 정하여진다고 하여 7일마다 불경을 읽고 부처님께 공양합니다. 즉 죽은 자로 하여금 좋은 생을 받기를 바라는 뜻에서 49일 동안 이 재를 지내는 것입니다.

 

관촉사에서 열린 천도재 현장에 동참한 경험이 있습니다. 충남 논산시 관촉로 25번길에 있는 관촉사는 석조미륵보살입상이 유명합니다. 미륵불은 국보 323호입니다. 18.2m로 고려시대 조성된 고려 최대의 석불입상으로서 일명 ‘은진미륵’이라고 합니다.

 

기록에 의하면 고려 광종때인 서기 968년에 慧明(혜명)스님이 조성했습니다. 석조미륵입상은 1,000년 넘게 이 자리를 지키고 있고 충청도 지방에서 조성되는 석불의 모델이 되었습니다.

천도제는 사찰마다 작은 차이가 있겠습니다만, 스님 3분이 독경을 하시고 보살이 승무를 하고 찬불가를 부르는 과정에 그 자녀, 가족들이 술을 올리고 보시를 하는 것으로 2시간 가량 진행됩니다.

 

이어서 천도재 명패를 내리고 나무로 만든 작은 배에 싣고 미륵불 앞으로 거쳐서 사찰 경내를 넓게 돌면서 망자를 위로합니다.

그리고 위패종이와 연꽃을 배에 태워서 올린 후에 불로 태워 극락으로 가시도록 안내합니다. 유족들이 들고 간 연꽃을 함께 넣어서 흰 연기가 되어 하늘로 올라가서 부처님을 만날 것입니다.

 

천도재는 오단칠정에서 벗어나는 절차라는 생각을 합니다. 이승에서의 이런저런 인연에서 벗어나 번뇌와 고통에서 벗어나는 것입니다. 五端(오단)은 仁義禮智信(인의예지신)이고 七情(칠정)은 喜怒哀樂愛惡欲(희노애락애오욕)입니다.

인의예지신은 글자 그대로 仁義禮智信(인의예지신)입니다. 그리고 칠정, 희노애구애오욕은 다음과 같은 풀이를 합니다.

 

희(喜)는 "기쁨" 즉 사람을 얻는다든지 재물을 얻는다던지 하는 감정을 말하고 노(怒)는 "성을 내다" 로써 노여움을 일컷는 의미로 누군가의 기대에 어긋남을 뜻하고 애(愛)란 "사랑" 즉 남과 자기 사이의 좋은 감정을 말하는 것이고 락(樂)은 "즐거움" 을 말하는 것으로 "또한 즐겁지 아니한가" 의 즐거움을 의미합니다.

비(悲)란 애(哀)와 같은 의미로 슬픔을 뜻하니 잃는 슬픔이나 상실감이고 오(悟)는 "깨달음" 즉 스스로 이치를 알게되는 능력, 욕(慾)은 욕망이나 욕심을 말합니다.

 

사후 세계에는 仁義禮智信(인의예지신)이라는 五端(오단)과 喜怒哀樂愛惡欲(희노애락애오욕) 七情(칠정)이 없다고 합니다. 우리가 살아가는 동안에 이들 12가지 마음가짐과 감정을 겪게 됩니다. 그래서 하루하루가 다 다른 삶이라 평가받을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부처님 앞에서는 이 같은 감정이 없다고 합니다. 마치 맛도 향도 색상도 없는 물과도 같을까요. 그냥 차분히 부처님과 참선하면서 불가의 느낌으로 존재할까요.

돌이켜 생각해보면 상대방의 언행에 민감하게 반응한 것은 아니었나 반성을 하게 됩니다. 아마도 깊은 뜻을 가지고 한 말이고 상대를 배려하는 행동이었을 것인데 우리가 예단하여 반응한 것은 아닐까.

인간에게 성악설과 성선설이 오가지만 이는 50:50으로 두가지 가능성을 다 열고 상대해야 한다는 말로 해석할 수도 있겠습니다.

 

무조건 흑백으로 승자와 패자로 판가름을 내기보다는 모든 색상이 조화되어 그림을 완성하듯이 많은 사람들이 모여서 사회를 구성하고 국가를 운영하듯이 아름다운 동행을 완성해야 할 것입니다.

천도재 행사를 보니 이승과 저승을 연결하는 길은 마음의 길과 공간의 길이 있는데 그 공간을 연결하는 역할은 연기만이 가능했습니다.

 

그래서 먼저 무리에서 떠나간 분을 향한 마음과 글을 담은 종이를 태워서 연기를 보냅니다. 연기를 타고 자손들의 마음이 전해지고 부처님 앞으로 가는 동력을 얻을 것이라 믿고 있습니다.

 

 

[약력]
-1958년 화성 비봉 출생
-경기도청 홍보팀장, 공보과장
-동두천·오산·남양주시 부시장
-경기테크노파크 원장
-화성시 시민옴부즈만


기자정보

프로필 사진
이강석 기자

공직 42년, 동두천, 오산, 남양주부시장, 경기도 실장, 경기테크노파크 원장 역임// (현) 화성시시민옴부즈만, 행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