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이민건 하사 =국가유공 4형제 전사자 추모사업회
 
고 이민건 하사를 대신해 화랑무공훈장을 받은 장남 이준길 씨가 훈장을 들어 보이고 있다. =국가유공 4형제 전사자 추모사업회 제공
 

 한국전과 월남전에서 자유와 평화를 지키다 산화한 울산 국가 유공 4형제 중 장남인 고(故) 이민건(사진) 육군 하사가 제68회 현충일을 맞아 70년 만에 화랑무공훈장을 받았다.

 

# 장남 등 3형제 6·25, 막내 월남전 참전

 화랑무공훈장 추서식은 6일 울산시 울주군 두동면 충효정에서 열린 ‘제27회 국가유공4형제 전사자 합동추모제’에서 진행됐다. 

 4형제는 울산 남구 신정동 출신의 이재양(1959년 별세)·류분기(1972년 별세)씨 부부의 자녀 6형제 가운데 장남 이민건 육군 하사, 차남 이태건 육군 상병, 삼남 이영건 육군 상병, 막내 이승건 해병 중사다. 6·25전쟁에 3형제는 1950년 8월 15일 동반 입대했다. 그러나 3형제가 전사하고, 막내 이승건은 해병대원으로 베트남전쟁에 파병을 자원, 교전 중 전사했다.

 정부는 이들의 희생을 추모하고 국가수호 정신을 기리기 위해 국가유공자 위령비를 세워 매년 6월 6일 추모제를 통해 업적을 기리고 있다. 범서읍사무소 삼거리에서 4형제 전사자 묘비가 있는 충효정 입구까지 16.4㎞ 구간을 ‘호국 4형제로’로 부르고 있다.

 울산시에 따르면, 이번 훈장 추서는 ‘6·25전쟁 무공훈장 찾아주기 사업’의 일환으로 성사됐다. 

 6·25전쟁 무공훈장 찾아주기 사업은 6·25전쟁 당시 훈장 수여가 결정됐으나, 실물 훈장을 받지 못한 수훈자와 유가족을 찾아 훈장을 수여해 호국영웅의 공훈을 기리고 명예를 높이며 국민의 애국정신을 기르는 데 이바지하기 위한 국가사업이다.

 1955년부터 당시 현역 복무 중이었던 군인을 시작으로 전역한 군인, 전사자 유가족으로 확대해 훈장을 수여하고 있다.

 1966년~2007년까지 언론과 관보를 통해 홍보해 무공훈장 찾아주기 운동을 전개했고. 이후에는 탐문 활동을 통해 무공훈장 찾아주기를 했으나 인력과 예산 부족으로 성과가 미미했다.

 2018년 4월 무공훈장 수훈자 대부분이 사망하거나 80대 후반의 고령으로 하루빨리 훈장을 전달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어 여·야 국회의원 34명이 특별법 제정안을 공동발의 해 2019년 7월 「6·25전쟁 무공훈장 수여 등에 관한 법률」이 시행됐다.

 

# "형제 전사자 정신, 꼭 기억해주길"

 이에 조사단이 장교, 부사관, 군무원 등 총 15명으로 꾸려져 무공훈장 미 교부자에 대한 6·25전쟁 당시 병적 자료 전수조사가 진행됐다.

 조사된 제한된 병적 자료를 지자체 주민등록시스템과 제적 정보시스템을 활용, 일일이 대조, 추적해 수훈자와 유가족을 찾았으며, 이민건 하사의 기록이 확인되면서 이번에 화랑무공훈장을 받게 됐다.

 찾은 무공훈장 수여는 지자체장과 군 부대장에 의한 추서 행사를 추진하고 있어 이날 추모제에 참석한 김두겸 시장이 직접 고 이민건 중령의 장남인 이준길 씨에게 훈장을 추서했다.

 훈장증에는 ‘귀하는 멸공 전선에서 제반 애로를 극복하고 헌신 분투하여 발군의 무공을 세웠으므로 그 애국 지성과 빛나는 공적을 높이 기려 대통령 내훈 제2호에 따른 국방부장관의 권한에 의해 훈장을 수여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무공훈장 수여일은 ‘1954년 10월 15일’로 쓰여 있다. 70년 만에 유족이 훈장을 받아든 셈이다. 

 박형준 국가유공 4형제 전사자 추모사업회 회장은 "많은 분들의 노력에 힘입어 장남이신 고 이민건 육군하사가 뒤늦게나마 국가로부터 무공훈장을 받으셨다"며 "세계 전쟁 역사에도 흔치 않을 비극을 겪은 형제 전사자의 뜻과 정신을 기리며 이들을 꼭 기억해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정부는 지난 1971년 4형제의 숭고한 정신을 기리기 위해 모친인 고(故) 류분기씨에게 보국훈장 천수장을 수여하기도 했다. 

 4형제의 고귀한 희생을 기리기 위해 2005년 6월 17일 국가유공 4형제 추모사업회가 설립돼 매년 4형제 전사자 묘역 정비 및 추모제 등 사업을 펼치고 있다.  

고은정 기자 kowriter1@iusm.co.kr

저작권자 © 울산매일 - 울산최초, 최고의 조간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