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종양 표적항암제 보라시데닙, 암 진행 확 늦춰

임상 3상...암 진행 없이 환자 생존하는 기간 약 2.5배 개선

뇌 수술 후 회복 중인 남성 환자에게 의사가 뇌 CT(컴퓨터 단층활영), MRI(자기공명영상) 촬영 결과를 설명하고 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암세포가 있는 부위만 골라 집중적으로 공격하는 악성 뇌종양(뇌암) 표적항암제 보라시데닙이 암 진행 속도를 크게 늦춰준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 캘리포니아대 로스앤젤레스 캠퍼스(UCLA) 연구팀은 임상시험용 의약품 보라시데닙의 특정 악성 뇌종양(신경교종)에 대한 임상 3상 연구 결과, 질병이 더 이상 진행되지 않은 상태로 뇌종양 환자가 생존하는 기간(무진행 생존기간)이 약 2.5배 개선됐다고 밝혔다.

현재처럼 화학요법과 방사선요법을 병용하는 표준치료는 신경학적 결손을 일으킬 수 있다. 신경교종에 대한 새로운 치료법이 필요하다. 신경학적 결손이 생기면 환자가 배우고, 새로운 것을 기억하고, 집중하거나 어떤 일을 결정하는 데 어려움을 느낀다.

연구의 공동 책임저자인 티모시 클러게시 교수(신경종양학)는 “새로운 치료제는 방사선 치료의 나쁜 영향에 대한 우려를 낮춰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그는 “혈액-뇌 장벽을 통과하기 어렵기 때문에 악성 뇌종양에 대한 표적항암제의 개발이 특히 어려웠으나 보라시데닙은 혈액-뇌 장벽을 통과할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연구팀은 뇌종양 수술 외 다른 치료를 받은 적이 없는 특정 뇌종양(잔류성 또는 재발성 IDH 돌연변이 2등급 신경교종) 환자 331명에게 표적항암제 보라시데닙(하루 1회 40 mg) 또는 위약을 복용하게 했다. IDH(아이소시트르산 탈수소효소, Isocitrate dehydrogenase) 돌연변이 2등급 신경교종은 환자에게 심각한 장애를 일으키고 일찍 숨지게 하는 악성 뇌종양이다. 신경교종은 진행 속도가 느린 편이나 치명적이며 30대에 많이 발생한다.

연구 진행자와 환자는 보라시데닙 또는 위약을 어떤 사람이 복용하는지 아무도 몰랐다(이중 맹검). 보라시데닙을 복용한 환자(실험군)와 위약을 복용한 환자(대조군)는 무작위로 배정됐다. 환자 중 168명은 보라시데닙을, 163명은 위약을 복용했다.

연구 결과 무진행 생존기간이 보라시데닙을 복용한 환자군은 27.7개월, 위약을 복용한 환자군은 11.1개월이었다. 임상시험용 의약품 보라시데닙이 악성 뇌종양의 진행을 16.6개월이나 늦췄고 환자의 사망 위험을 39% 수준으로 낮췄다. 또 다음 항암 치료(화학요법, 방사선요법) 때까지의 시간도 개선해 환자의 사망 위험을 26%로 낮춘 것으로 나타났다. 부작용은 보라시데닙을 복용한 환자의 22.8%, 위약을 복용한 환자의 13.5%에서 발생했으나 심각한 부작용은 없었다.

이번 연구의 목표에 해당하는 1차 평가변수는 영상을 토대로 한 무진행 생존기간(PFS, progression-free survival)이었고 2차 평가변수는 다음 항암 치료 때까지의 시간이었다. 이들 환자 가운데 226명(약 68%)이 추적관찰 기간 14.2개월(중앙값) 동안 계속 보라시데닙 또는 위약을 복용하고 있었다. 또 연구가 시작된 지 30개월이 시점(2022년 9월)에서 보라시데닙 투여군 환자의 72%가 여전히 약을 복용하고 있고 질병도 진행되지 않았다.

보라시데닙을 개발한 제약회사는 프랑스 세르비에(Servier Pharmaceuticals)다. 세르비에는 미국식품의약국(FDA)에 보라시데닙의 시판 승인을 신청할 계획이다. 이 연구 결과(Vorasidenib in IDH1- or IDH2-Mutant Low-Grade Glioma)는 국제학술지 ≪뉴잉글랜드 저널 오브 메디슨(New England Journal of Medicine)≫에 실렸다.

    김영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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