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강의 군단 몰라도 재미있다, '나이트 워커' 체험기
최근 국내 PC 온라인 게임의 입지가 많이 줄어든 것을 실감한다. 신작 PC 온라인 게임은 잘 나오지 않고, 기존에 서비스 중이던 PC 온라인 게임도 하나둘씩 서비스를 종료해 간다. 신작이 출시된다고 해도 PC와 모바일 멀티 플랫폼이 많고, 옛날 그 느낌의 순혈(?) PC 온라인 게임은 보기 드물다.
그런 순혈(?) PC 온라인 게임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던 게이머들에게 지난 1월 26일 서비스를 시작한 '나이트 워커'는 희소식이 아닐 수 없다. 최강의 군단을 개발한 것으로 유명한 에이스톰과 넥슨이 손을 잡고 서비스하는, 오랜만에 각 잡고 등장한 PC 액션 MORPG. 과연 나이트 워커는 팬들의 기대에 부응하는 게임일까? 직접 체험해 봤다.
RPG의 근본, 그것은 파밍과 성장
나이트 워커는 액션 MORPG '최강의 군단'의 후속작으로 그 세계관을 공유한다. 플레이어는 운명에 의해 선택 받은 '워커'로, 악몽에 갇힌 소녀 '마야'의 목소리를 따라 종말의 위기에 빠진 세계를 구해야 한다.
500년 전 인류 최초의 꿈 능력자인 '이브라힘'이 태어나고, 그가 꾸는 꿈은 현실에서 재현된다. 이브라힘이 10살이 되던 해, 인류의 종말이라는 악몽을 꾼 후 방주에 탄 사람들을 제외하고 인류는 멸망해 버린다. 이후 이브라힘은 자신 때문에 세상이 멸망했다는 사실을 자책하며 자신이 본 미래의 일을 상세히 적은 '멸망의 서'를 남긴 채 떠난다.
이브라힘은 종말 이전의 역사를 최대한 보전하자는 취지로 '히스토릭 서비스'라는 단체를 설립하게 된다. 히스토릭 서비스는 종말 이후 문화, 경제, 군사, 기술 등 다양한 분야를 장악하는 인류 역사상 최대의 기관이 된다. 히스토릭 서비스는 멸망의 서를 기반으로 또 다른 꿈 능력자가 나타날 것이라 예측했으며, '마야'라는 소녀를 발견하게 된다.
마야는 모종의 사건으로 인해 영원한 잠에 빠지게 되고, 알 수 없는 시공간에 갇혀버리게 된다. 이에 히스토릭 서비스는 세계 멸망을 막기 위해 마야를 찾기 위한 긴급 대책 본부를 설치, 강력한 전투력을 갖춘 전세계의 워커를 불러 모으게 된다. 플레이어는 그 워커 중 한 사람으로, 마야를 찾기 위한 모험을 떠나게 된다.
선택 가능한 캐릭터는 고통 속의 검사 'B', 그림자 능력자 '갈가마귀', 쌀집아가씨 '마리', 고독한 해결사 '맥', 중화기 마스터 '오드리', 바다의 공주 '아라' 등 6인이다. 각 캐릭터는 2가지 전직 라인을 제공하므로 실직적으로 경험할 수 있는 직업은 총 12개다.
본인은 바다 공주 아라를 선택했다
전투는 던전에 입장해 스테이지(방)를 하나씩 정리해 나가며 보스 스테이지까지 나아가 보스를 처치하면 보상과 함께 던전이 클리어되는 구조로 이뤄져 있다. 6종 테마로 이루어진 200여개의 스토리 던전이 존재하며, 테마별로 다른 공략 패턴이 존재하는 등 공략하는 재미가 있다.
익숙한 진행 방식. 우측 상단 미니맵을 참고하면 어떤 느낌인지 확 와닿을 것이다
나이트 워커에서 느낄 수 있었던 재미는 크게 두 가지였다. '파밍', 그리고 '내맘대로 스킬 콤보'다.
나이트 워커는 같은 장비라도 감정 결과에 따라 추가 능력이 다르게 붙도록 설계하여 파밍의 재미를 극대화했다. 장비에는 기본 능력, 추가 능력, 특수 효과 등 옵션이 달려있다. 기본 능력은 장비마다 정해진 고정 능력치가 있으며 능력치의 최소 값과 최대 값은 있으나 그 능력치 자체가 달라지진 않는다. 반면 추가 능력과 특수 효과는 감정 결과에 따라 능력치 종류와 개수, 값이 달라진다.
재미있는 것은 특수 효과다. 특수 효과는 특정 스킬을 강화하거나 공격 형태를 변화시키기도 한다. 예를 들어 '아라'의 '불가사리 부메랑'은 본래 하나의 불가사리 부메랑을 던지는 스킬이지만, 특수 효과 '스타 스캐터'가 붙은 장비를 장착하면 불가사리 부메랑이 부채꼴로 3개가 날아가는 대신 피해량이 10% 감소하는 형태로 변화하게 된다.
장비 효과가 능력치는 물론 스킬 형태까지 바꾸기도 한다
모험 가이드 시스템을 통해 현재 캐릭터 장비 점수를 기반으로 어떤 장비 아이템을 추가로 파밍하면 좋을지에 대해 상세히 알려줘서 파밍과 성장이 편하다. 장비 아이템이 어디서 드롭되는지도 표시되기 때문에 성장 목표를 잃을 일도 없다. 캐릭터가 한창 성장할 때, 초반부 재미는 이 파밍이 담당하게 된다. 해당 장비를 감정 시 어떤 옵션이 등장하는지까지 안내하기 때문에 본인이 원하는 장비와 옵션을 얻을 때까지 반복 파밍도 가능하다.
현재 장비 점수에 기반해 추가로 파밍하면 좋은 장비 아이템을 안내해 준다
장비 강화 시스템이 독특하다. 장비가 아닌 장비 슬롯을 강화하는 식인데, 그 덕분에 착용 장비가 달라져도 강화 능력치가 계승된다. 강화 확률도 확정 강화라서 억울할 일도 없다. 강화한 장비 슬롯은 계정 내 모든 캐릭터에 적용된다. 확정 강화와 계승, 확률 강화와 장비 파괴에 진절머리 나던 이들에겐 반가운 시스템이 아닐 수 없다.
장비 슬롯을 강화하고 계정 내 모든 캐릭터에 강화 단계를 공유하는 장비 숙련 시스템
부가적인 캐릭터 강화 요소로 '아바타'가 있다. 아바타는 꾸밈 아이템이자 소소한 강화를 부여할 수 있는 장비 아이템이다. 최초 장착 시 각인을 통해 원하는 능력치를 선택하여 부여할 수 있다. 상급 아바타 기준 각인 능력치는 1% 수준으로 미미한 수준이지만, 아바타 부위를 모두 모으면 세트 효과가 발동하는 등 캐릭터를 강화하는데 어느 정도 도움을 준다.
꾸밈 아이템이자 소소한 강화 능력치를 제공하는 아바타
아라의 기본 외형
아바타를 착용하면 외형이 변화한다
나이트 워커의 두 번째 재미는 '내맘대로 콤보'다. 나이트 워커는 스킬 간 연계로 콤보를 만들 수 있는데, 스킬을 마구잡이로 사용해도 꽤 그럴듯한 콤보가 만들어 져서 초보자라도 금방 재미를 느낄 수 있는 형태로 꾸며져 있다.
물론 스킬의 효과, 형태에 따라 순서대로 입력해야만 더 높은 효율을 볼 수 있는 스킬들이 존재한다. 하지만 그러한 순서를 암기하지 않고 스킬을 막 사용하는 것만으로도 초보자도 적당하게 화려한 액션과 콤보를 즐길 수 있도록 만들었다는 것은 고평가할 만한 요소다.
또 스킬에 변화를 주는 '스페셜 강화 효과'라는 것이 존재해 플레이어의 선택에 따라 특정 스킬의 효과를 강화할 수도 있다. 전직과 레벨업을 통해 늘어난 많은 스킬 중에 마음에 드는 스킬을 골라 스킬창을 채우고, 주력 스킬을 강화해 자신만의 플레이 스타일을 찾아가는 재미도 쏠쏠하다.
다양한 스킬을 배우고 거기에 스페셜 강화 효과까지 누리려면 레벨을 상당히 많이 올려야 한다. 스킬 습득에는 캐릭터 레벨이, 스페셜 강화 효과를 해금하려면 워커 등급이, 스킬을 강화하려면 스킬 포인트가 필요하다. 따라서 자신만의 스킬트리를 만들고 자신만의 플레이 스타일을 찾아가는 재미는 충분히 성장이 진행된 후반부에나 즐길 수 있는 재미라고 할 수 있다.
나이트 워커의 재미인 파밍과 내맘대로 스킬 콤보는 궁극적으로 RPG의 근본, 캐릭터의 성장으로 귀결된다. 그런데 이 캐릭터 성장이 완전히 자유롭진 않다. 피로도 시스템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던전 플레이 시 피로도가 소모되고, 정해진 피로도를 모두 소모해 0이 되면 더 성장할 수 없게 된다. 피로도는 매일 아침 6시에 충전된다. 피로도가 0이 되면 무엇을 해야하는가, 대표적으로 PVP 모드가 있다. PVP는 개인전, 팀전, 서바이벌 모드 등이 있는데, 승리할수록 더 좋은 보상을 받을 수 있는 랭크 시스템이 존재한다.
익숙한 재미
장비 아이템 파밍, 아바타 시스템, 피로도를 소모해 던전 진행, 스킬트리, PVP 등 다양한 요소에서 어느 한 게임이 떠오르지 않는가? 바로 '던전앤파이터'다. 나이트 워커가 던전앤파이터와 비슷한 느낌이 드는 것은 나름의 이유가 있다. 나이트 워커를 개발한 에이스톰의 대표가 던전앤파이터의 첫 디렉터를 맡은 바 있는 김윤종 대표이기 때문이다.
나이트 워커는 던전앤파이터 개발 노하우가 적지 않게 녹아 들어간 게임이고, 캐치프레이즈도 '액션천재'로 던전앤파이터의 '액션쾌감'과 비슷하다. 게임 플레이 방식은 쿼터뷰에 마우스를 적극 활용해야 한다는 점에서 던전앤파이터와는 다른 점도 많지만, 직접 체험한 입장에서도 콘텐츠, UI 등 많은 부분에서 던전앤파이터의 향수를 느끼게 했다.
나이트 워커는 많은 부분에서 '익숙함'을 느낄 수 있는 게임이었다. 색다른 시스템을 통해 이제껏 없었던 재미를 주는 것이 아닌, PC 온라인 게임을 즐겨왔던 게이머라면 익숙함을 느끼고 무난하게 적응할 수 있는 안정적인 재미를 추구한다. 전작인 최강의 군단을 몰라도 충분히 재미를 느낄 수 있다는 점도 좋았다. 안내 시스템이 잘 만들어져 있어 세계관을 잘 이해하지 못해도 진행 흐름을 놓치지 않고 편하게 따라갈 수 있었다.
여러 모로 던전앤파이터의 향수가 느껴지는 나이트 워커
항상 콘텐츠가 참신할 수는 없다. 익숙한 느낌이라는 것은 다른 의미로 이미 검증이 된 안정적인 재미를 준다고 호의적인 해석을 할 수 있다. 다만 나이트 워커가 아쉬운 점은 그 익숙함 속에서도 자신만의 매력을 어필할 수 있는, 나이트 워커만의 개성적인 세계관과 캐릭터성을 충분히 어필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일단 보여지는 스토리가 뜬구름 잡는 것처럼 보인다. 전체적으로 뭔가 생략된 느낌이 강하며, 이해를 위해서는 특정 배경 지식이 있어야 할 것처럼 묘사된다. 나이트 워커의 기본적인 세계관에 대해 알고 싶다면 홈페이지의 세계관 탭에서 확인하는 것이 더 이해가 쉽다. 물론, 홈페이지에 적혀 있는 세계관도 그렇게 친절하진 않다. 게임 그래픽도 스토리 만큼이나 애매하다. 완전 뛰어난 것도, 완전 캐주얼한 것도 아닌 그 중간 어딘가에 속해 있다.
모든 장면을 스킵하지 않고 봤지만 뭘 말하고 싶은 것인지 정확히 이해하기 힘들었다
그래픽은 좋지도 않고 나쁘지도 않고... 애매하다고 밖에 표현할 수 없다
비슷한 게임성을 가진 게임들 속에서 경쟁력을 가지기 위한 최고의 무기가 흥미로운 스토리와 뛰어난 그래픽이라는 것을 생각하면, 나이트 워커의 애매한 스토리 표현과 게임 그래픽은 큰 단점이라고 할 수 있다. 몰입 없이 가볍게 게임을 즐기는 게이머에겐 그다지 신경 쓰이지 않는 단점이지만, 게임에 대해 더 깊게 몰입하고 싶은 게이머에겐 확실한 단점으로 다가올 것이다.
가볍게 즐길 수 있는 PC 온라인 RPG를 찾는다면 나이트 워커를 추천할만 하다. 나이트 워커는 기본적으로 '몰라도 재미있는 게임'이다. 전작 세계관이나 게임 스토리를 잘 몰라도 퀘스트 알리미를 통해 물 흐르듯 게임을 진행할 수 있고, 자동 이동이 가능해서 길을 헤맬 일도 없다. 스킬 같은 경우엔 처음에 잘 몰라도 추천 스킬 배우기를 활용하면 된다. 반면 스토리와 그래픽을 통해 게임에 몰입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게이머에게는 추천하기 어렵다. 게임 스토리가 이해하기 어렵고, 그래픽이 단순해서 그런 면에서는 게임 플레이에 몰입하기 어렵다.
안민균 기자 ahnmg@ruliweb.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