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차승진
사진 차승진

건망과 치매 사이

- 차 승 진 - 


추풍령을 넘어가는 
리무진 버스에 앉아 시트를 눕힐 때 실내등 불빛에
어른 거리는 실체와 허상 사이 
보름달이 걸려 있다
우중충한 날에 노란 개나리가 비타민을 먹은 아이의 오줌발처럼
세차게 줄기를 뿜어내는 언덕 지금은 봄이라고 말한다 
흩어진 가족들을 불러 모으는 집안의 대소사처럼
어디서 어디까지 선을 긋지 않아도
먹구름은 비를 거느리고 
또 한차례 바람을 몰고 가는 길 
숲에서 묘목이 자라듯 분명한 사실은 아이가 어른으로
바뀌는,
몇 년 후의 드라마 장면처럼 
총명했던 기억의 씨앗들이 
잦은 해가리를 거듭하며 본성을 잃을 때 홀연히 나타나는 
어젯밤 펼치다만 꿈처럼 
어떤 이름을 토네이도라 부르다가
문득 달리는 청년이 생각나 말아톤으로 부르는,
자연이 소멸되는 민둥산에서

깜빡 깜빡 
까맣게 타들어가는 오래된 전등불 

저작권자 © 위클리 김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