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차승진
사진 차승진

빨래들의 풍경

- 차 승 진 -

 

마음을 씻어 말리는 옥상
가족들의 옷자락이 바람에 펄렁인다

햇살이 멈칫거리며 서 있는 동안 
못다 한 얘기들이 분주해지는 시간

휘파람처럼 다가오는 아내의 분주한 발걸음 소리
쉿! 조용히 하란 말이야

일제히 동작을 멈추려 해도 
바람이 흔들어 놓는 빨래들
불시에 들이닥친 선생님처럼 어지러운 풍경 속에서

한차례 태풍처럼 아내가 지나간 자리
수런거리던 빨래들의 풀죽은 한마디

얘들아!

밤이 오기 전에 제자리로 돌아가야 해 
어스름 저녁 서둘러 양말을 챙기는
빨래들의 부산한 몸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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