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으로 가는 달
- 차 승 진 -
서울에 수십 년을 살아도 변하지 않는, 그런 것이 있어서
티 내지 않으려고 애를 쓸수록
불쑥 튀어나오는, 그런 것이 있어서
옷에 묻은 먼지를 털듯 탈 털고 털어 보아도 티끌처럼
찰싹 달라붙는, 그런 것이 있어서
배우 학원엘 다닐까,
아나운서 아카데미를 다닐까,
칠판에 멋지게 판서板書를 하시던
이제는 돌아와 아부지 같은 국어선생님
낯선 모임에서 인사를 주고받다가
신분을 과시하는 명함의 이력서
구십도 꺾인 허리가 펴지는 역전의 순간!
그런, 그런 것이 있어서,
酒店 창밖에 달은 떠오르고
휘영청 떠 오른 달이 벗어진 머리를 비추고
칙칙폭폭 기차 소리 요란하지 않아도
소리 없이 흐르는, 그런 것이 있어서
고향으로 내 고향으로 가는 달
詩作노트:
고쳐 쓸 수 없는, 사람의 말투 억양
지방 사투리는 오래 몸이 기억하여
티 내지 않으려고 애를 쓸수록
속일 수 없는 하품처럼 자연이 보내는
자연스러운 신호이다.
차승진 기자
artistc@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