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웃소싱 이슈] 외국인 고용의 새 해석...미국, '현지'에서 고용해 '원격근무' 도입
[아웃소싱 이슈] 외국인 고용의 새 해석...미국, '현지'에서 고용해 '원격근무' 도입
  • 이윤희 기자
  • 승인 2024.04.19 16: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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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비서 기업 '해피캐셔' 통해 현지에서 재택근무할 외국인 채용
뉴욕 시간 당 평균임금 16달러보다 파격적으로 낮은 '3달러'에 근무
소상공인 인건비 파격적으로 낮출 수 있어...임금 하향화 이끈다는 비판도 존재
미국의 한 패스트푸드 점의 모습. 모니터 속 필리핀 직원이 고객을 응대하고 있다.(사진=뉴욕타임스 보도 NYC)
미국의 한 패스트푸드 점의 모습. 모니터 속 필리핀 직원이 고객을 응대하고 있다.(사진=뉴욕타임스 보도 NYC)

[아웃소싱타임스 이윤희 기자] 미국에서 새로운 외국인 고용 방식이 등장했다. 미국의 패스트푸드점 문을 열고 들어서면 맞이하는건 직원이나 키오스크가 아니다. 모니터 화면 속에서 주문을 받고 안내하는 필리핀 근로자다. AI를 이용한 가짜나 자동화 기계가 아닌 진짜 사람이다. 미국의 일부 기업은 이와 같은 방식으로 인건비를 대폭 줄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 노동법에서 자유로운 외국인 고용
높아지는 인건비와 이로인한 생산비용 증가, 인력수급의 난항은 전 세계적으로 빚어지고 있는 문제다. 경제적으로 성장한 국가 대부분의 경우 내국인 생산인구는 고임금 일자리에 취업하길 희망하면서 상대적으로 낮은 임금의 직종이나 중소기업은 구직자의 외면으로 선택받지 못하고 있다. 

가까운 나라 일본 역시 인구 감소, 고학력 구직자의 증가, 내국인 청년의 비취업 비중 확대 등으로 일자리 미스매칭이 심화되면서 최근 대대적으로 외국인력을 유입하겠다는 정책을 밝힌 바 있다. 

우리나라 또한 이러한 수순을 그대로 밟고 있다. 육체노동의 비중이 높거나 임금이 낮은 취업기피 직종에서 사람 씨가 마르며, 인력부족 문제가 높아지자 정부는 외국인을 통한 긴급 수혈에 나섰다. 올해에만 고용허가제를 통해 국내에 들어오는 외국인 수가 16만 5000여명에 달한다. 역대 최대규모다. 

그러나 외국인근로자를 '수입' 해오고 있지만 기업이 앓고 있는 일자리미스매칭 문제를 온전히 해결하기엔 역부족이다. 국내에서는 외국인근로자도 내국인과 마찬가지로 근로기준법 등 각종 노동법에 포함 대상인 탓이다. 

높아진 최저임금과 각종 수당 문제에 더해 외국인근로자 보호법에 의한 기준까지 충족하려다 보면 여전히 기업은 막대한 비용과 경영불안이란 리스크를 안고가야한다. 기준을 충족한다고 하더라도 나라에서 제한하는 외국인 고용법에 막혀 실제 채용이 불가한 사례도 종종 발생한다.

더군다나 최근에는 외국인근로자 사이에서도 단기간에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중견기업체나 제조업 위주로 선호하는 기조가 생기면서, 서비스업과 중소기업은 외국인마저 고용하기 어려운 처지에 놓였다.

그렇다고 해서 외국인에게만 임금이나 수당 문제를 차등 적용하기에는 인권 문제나 외국인력을 송출하는 국가의 반발에 부딪힐 수밖에 없다.

이런 가운데 미국의 일부 기업은 새로운 방식의 외국인근로자 고용을 시작했다. 외국인근로자를 현지에서 고용하고 원격으로 근무하는 방식이다. 

이와 같은 사례는 뉴욕의 일부 패스트푸드점에서 시작되고 있다. 뉴욕타임스(NYT)의 보도에 따르면 최근 뉴욕 퀸즈롱아일랜드시티 내 산산치킨(Sansan Chicken) 등 일부 식당이 필리핀 직원의 원격 안내를 통해 고객을 응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직원은 자국인 현지에서 '줌(Zoom)'으로 화상 연결을 해 응대하는 '가상 비서' 방식이 실험적으로 도입되고 있다. 

직원은 재택근무로 고객과 소통하며 매장을 관리하는 일도 맡는다. 로비에는 손님이 직원을 확인할 수 있는 모니터와 손님의 동태를 살필 수 있는 카메라가 설치되어 있다. 고객의 주문을 받지 않을 때는 음식 배달 주문을 조정하고 전화를 받거나 매장의 온라인 페이지의 리뷰를 관리하는 일을 한다.

뉴욕타임스는 소상공인들이 치솟는 임대료와 높은 인플레이션에서 벗어나기 위해 원격 근무 직원을 고용하면서 외식 산업의 모델을 변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인건비 증가와 인플레이션으로 미국 또한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근로자를 줄이는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뉴욕 시 내 패스트푸드 식당은 2019년 평균 9.23명의 직원을 고용하고 있었으나, 코로나19 이후 2022년에는 평군 8.5명으로 줄었다. 

직원을 줄이는 방식으로 인건비에 대응하던 이들이 이제 원격 근무 아웃소싱도 도입하고 있는 것이다. 그동안 근로자가 현지에 근무를 하고 고용 기업은 미국에서 일감과 비용을 지불하던 것은 주로 IT아웃소싱에서 나타난 사례였으나 이제 서비스업까지 그 범위가 확대됐다. 

직원 채용은 매장에서 직접 하지 않고 가상비서 기술을 제공하는 '해피캐셔'에 소속돼 각 매장에 아웃소싱하는 형태로 이뤄진다.

뉴욕의 시간당 평균 최저임금은 16달러에 달하지만 원격근무 형태로 고용된 필리핀 직원의 임금은 시간당 3달러 수준이다. 무려 5배 이상 차이가 나는 금액이다. 

이처럼 인건비를 대폭 줄였지만 각종 노동법에서는 오히려 자유롭다. 최저임금법 등은 어디까지나 미국의 본토 내에서 적용되기 때문이다. 고용된 필리핀 직원들의 만족도도 높다. 이들은 비록 뉴욕의 최저임금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현지의 고용법 상 정해진 유사 직종의 평균 임금보다 두배 이상 많은 임금을 받고 있다. 

자국을 떠나 미국에서 타국 생활을 하지 않아도 되고, 새로운 문화나 불편한 조직생활에 대한 적응없이 현지에서 일하는 것보다 더 높은 임금을 벌 수 있는 셈이다. 

미국에서 나타나고 있는 새로운 형태의 외국인 아웃소싱에 부정적 의견도 존재한다. 해당 직종에 임금 하향 평준화나 내국인 일자리를 줄이는 원인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그러나 막대한 비용 증가에 대응해야하는 소상공인 다수는 인건비를 절감할 수 있는 해당 방안에 긍정적인 신호를 보이는 것으로 확인된다. 

가상 비서 회사인 해피 캐셔의 설립지안 Chi Zhang에 따르면 해당 프로그램은 미국의 뉴저지주 퀸즈, 맨해튼, 저지시티 등의 매장 다수에 도입되고 있으며 올해 말까지 뉴저지 주에 있는 100개 이상의 레스토랑에 가상 비서를 배치할 계획인 것으로 나타났다.

재택근무 시스템을 활용한 외국인 고용이 인력수급 부족과 인건비 상승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대안이 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재택근무 시스템을 활용한 외국인 고용이 인력수급 부족과 인건비 상승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대안이 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이와같은 원격근무 방식의 외국인근로자 고용은 인력 부족 문제에 시달리고 있는 국내 기업도 참고가 될 것으로 본다. 

미국과 필리핀의 시차는 12시간이 나지만 한국과 필리핀의 시차는 한 시간 뿐이다. 근무시간이 유사해 한국 기업과 원격근무를 하는 데 부담이 적을 것으로 예상된다. 또 한국 문화의 인기로 한국말을 구사할 줄 아는 외국인이 다수 증가하고 있다는 점도 긍정적 요소다.

물리적인 작업이 필요한 경우라면 불가능하겠으나 단순한 응대나 서류정리, 전산작업 등 원격근무로 해결 가능한 잡무 등에는 활용도가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외국인보호법상 민간 기업이 직접고용이 어려운 국내 체류 외국인 고용보다 인력수급도 원활할 것으로 본다.

이에대해 노무법인 길 노서림 노무사는 "외국인 근로자가 현지에서 근무하고 국내에 입국하지 않을 경우 4대보험 가입 의무는 당연히 발생하지 않는다"면서 "근로기준법 또한 제12조에 따라 적용범위가 '국가, 특별시·광역시·도, 시·군·구, 읍·면·동, 그 밖에 이에 준하는 것에 대하여 적용한다'고 되어있으므로 국내 노동법에 적용받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다만 미국 또한 어디까지나 실험적인 도전을 하고 있는 것으로, 국내 기업이 유사한 방식을 적용하기 위해서는 여러 장애물이 존재한다. 

먼저 계약 체결 시 준수해야하는 국제법이나 현지 국가의 고용법, 세법 등을 면밀히 파악해야한다. 또 현지에 있는 외국인 근로자를 어떻게 고용하고 교육할지에 대한 고민도 필요하다. 아울러 현지의 외국인 근로자가 갑작스럽게 작업을 이탈하거나 문제가 발생했을때 관리할 수 있는 방안도 요구된다. 

과연 미국에서 실험적으로 도입되고 있는 새로운 형태의 외국인 아웃소싱 방법이 국내 기업에도 비즈니스 도구로 활용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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