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총경 인사에 '술렁'…일부 "복수직급제 가장한 불합리 인사"
경찰 총경 인사에 '술렁'…일부 "복수직급제 가장한 불합리 인사"
  • 김용덕 기자
  • 승인 2023.02.04 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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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경찰청에서 단행한 총경급 전보인사를 두고 일부 경찰 조직이 술렁이고 있다.

4일 경찰 내부게시판인 '폴넷'에는 지난 2일 단행된 총경 전보 인사가 행정안전부 내 경찰국 설치 반대 경찰관을 배제한 불합리한 인사라는 주장이 여럿 올라왔다.

총경 복수직급제 명목으로 마련된 자리에 지난해 경찰국 설치에 반대하기 위해 열린 전국경찰서장회의에 참석했던 인사들이 대거 포진됐기 때문이다.

게시판에는 '보복성 인사다, '물갈이 한 것이 아니냐', '회의에 참석한 총경들에 대한 문책성이 짙다' 등의 글이 올라온 것으로 알려졌다.

복수직급제는 한 직위에 계급이 다른 사람을 배치할 수 있게 한 제도로, 대부분 중앙부처에서 운영하고 있다.

경찰에서는 조직 내 만성적인 승진적체를 해소할 수 있는 현실적인 대안 중 하나로 꼽았지만, 최근 단행된 인사는 제도를 이용한 문책성 인사라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전북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전북경찰청의 경우 이번 총경 전보 인사를 통해 고참급 총경들이 112치안종합상황실 상황팀장으로 전보됐다. 이를 두고 불만섞인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 팀장급 경찰관은 "상황팀장은 경정급 직무인만큼 갓 승진한 총경급 인사에게 맡기는 것이 일반적"이라며 "복수직급제를 도입했다지만 경정급 자리에 굳이 고참급 총경을 배치한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꼬집었다.

대놓고 문제점을 지적하지 못하는 분위기도 감지되고 있다.

한 간부 경찰관은 "이번에 보직유예를 신청해 청에 남고 싶었지만 일선서 서장으로 옮겨가는 인사가 있었고, 그 반대인 사례도 있는 것으로 안다"며 "공감이 안되는 인사지만 민감한 내용이기 때문에 누구 하나 대놓고 말하기는 조심스러워하는 분위기다"라고 토로했다.

또다른 간부 경찰관은 "주변에서 상당수가 이번 결과에 대해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하지만 "대놓고 불만을 표출하기에는 소위 '찍히면 큰일난다'라는 생각이 입들을 다물게 만든 것 같아 씁쓸하다"고 털어놨다.

시민단체에서도 이번 총경급 인사에 대한 비판이 나왔다.

인권연대는 논평을 통해 "이번 인사는 경찰국 설치를 반대하는 경찰관에 대한 보복 인사"라며 "현 정권은 경찰 장악 기도를 또 한번 노골적으로 드러냈다"고 주장했다.

이어 "오직 경찰 개혁을 위한 목소리를 냈다는 이유로 '강등' 수준의 보직으로 발령하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은 인사참사"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