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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 흐르는 아침> 건조한 날
 
이이향 시인   기사입력  2023/06/06 [18:35]

긴 목을 한 이별은

아득한 바다 냄새가 나요

 

모래로 만든 낱말 속을 들어가는

가려움이 졸고 있죠

 

말을 알아들었어도

저의(底意)를 모르겠는

울음이 숨어버린 입

 

깊은 어깨 너머를 지키는

동굴은 언제부터 거기 있었나요

바다는 언제부터 동굴 속에 숨었는지

 

떠내려간 잔물결

부서지는 자갈들

어디서부터 헤어지기 시작한 것일까요

 

없는 것들과

보이지 않는 것들의

거리를 물어오는

바다를 빠져나오는 일

 

물결무늬 스카프가 길어서

울음소리조차 작아지는

오래 헤어지는 모든 날들

 

처녀의 눈물에 마음을 빼앗기는 건

내내 우연이 아니라서요

 


 

 

▲ 이이향 시인     © 울산광역매일

<시작노트>

 

떠나보낸 적 없는 마음

기별 없는 마음

눈물 없는 이별이 

켜켜이 쌓이는 날 

못다 한 말은 목이 길어지고

모래바람 한 가운데 서서

바다는 눈물을 그립니다.

 

  

이이향

 

여수출생, 2016년 《발견》등단

동국대문화예술대학원 문학석사

여성조선 문학상 대상, 발견작품상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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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3/06/06 [18:35]   ⓒ 울산광역매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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