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목을 한 이별은
아득한 바다 냄새가 나요
모래로 만든 낱말 속을 들어가는
가려움이 졸고 있죠
말을 알아들었어도
저의(底意)를 모르겠는
울음이 숨어버린 입
깊은 어깨 너머를 지키는
동굴은 언제부터 거기 있었나요
바다는 언제부터 동굴 속에 숨었는지
떠내려간 잔물결
부서지는 자갈들
어디서부터 헤어지기 시작한 것일까요
없는 것들과
보이지 않는 것들의
거리를 물어오는
바다를 빠져나오는 일
물결무늬 스카프가 길어서
울음소리조차 작아지는
오래 헤어지는 모든 날들
처녀의 눈물에 마음을 빼앗기는 건
내내 우연이 아니라서요
<시작노트>
떠나보낸 적 없는 마음
기별 없는 마음
눈물 없는 이별이
켜켜이 쌓이는 날
못다 한 말은 목이 길어지고
모래바람 한 가운데 서서
바다는 눈물을 그립니다.
이이향
여수출생, 2016년 《발견》등단
동국대문화예술대학원 문학석사
여성조선 문학상 대상, 발견작품상을 받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