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코리아뉴스 / 유지인] 정부의 대규모 의대 증원 강행에 맞서 대학병원 교수들이 잇따라 사직서를 제출하고 진료 현장을 떠나고 있다. 이는 지금의 의대 증원사태를 의료 전문가인 의사들이 그만큼 심각하게 바라보고 있다는 방증이다. [관련기자: "의대 증원 강행시, 흉부외과 명맥 가장 먼저 끊길 것"]
정부 스스로가 의대 증원에 모순을 드러냈다는 지적도 나온다. 노환규 전 대한의사협회 회장은 29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전국 1만 2000명의 전공의가 사직을 해도, (서울대병원의 경우 전공의 비율이 46%이니 거의 절반의 의사가 사직을 해도) 정부의 발표대로 의료공백의 피해가 정말 없었다면, 그 말이 정말 사실이라면, 의대증원이 필요가 없다는 뚜렷한 증거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최근 본지와 인터뷰를 가진 이대 서울병원 응급의학과 한철 교수는 "정부가 의대 증원으로 환자들에게 돌아갈 피해를 알면서도 대책없이 정책을 밀어붙인 것"이라며 "현 정부의 업적 쌓기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정부의 의대증원 왜 문제인지, 한철 교수에게 들어보았다. 한 교수와의 인터뷰는 4월 26일 이대 서울병원 의국에서 진행됐다. 진료와 강의 등으로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한 교수는 위생 가운을 입은 채로 인터뷰에 응했다. 질문을 몇 마디 건네자 한 교수는 할 말이 많다는 듯 이야기를 풀어가기 시작했다. [편집자 주]
1. 교수님. 바쁜 일정에도 이렇게 시간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의료대란이 두 달을 넘어가고 있습니다. 현 사태를 어떻게 바라보시는 지,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정말 안타까운 일이죠. 이렇게까지 벌어질 일이 아니었는데, (정부가) 추가 인력을 발표하면서 전공의와 학생들이 사직서와 휴학계를 제출한 거거든요. 그러니까 실제로는 전체 의사 대비 10%의 전공의가 빠져나갔는데 거기에 대해서 정부가 심각성을 못 느꼈던 거죠.
(정부가) 선제적으로 대응을 했다면, (하는 아쉬움이 있구요.) 이게 정부에서 미숙하다고 얘기를 해야 될까요. 구급대원들을 의료 지도해 주는 지도의사가 추가되는 인력을 정할 때도 2~3년은 계획을 합니다.
그런데 의대생 증원에 대해 이렇게 단순하게 얘기할 수 있는 부분은 아니라서 이게 심각한 거죠. (정부가 의대 증원으로) 어려운 환자들, 중증 환자들한테 피해가 갈 걸 알면서도 한 거예요."
"구급대원 증원할 때도 2~3년전부터 계획 세워"
"정부, 중환자들 피해 갈 거 알면서도 의대증원 강행"
2. 정부의 의대 증원으로 병원이나 환자들이 입는 피해가 갈수록 커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지금 사실 어떻게 보면 중소병원들이나 개인 병원들은 아직은 큰 여파가 없을지 모르겠어요. 그러나 대형 대학병원들은 달라요. 당장 의학 교육이 뒤로 밀리게 됐으니까 의대생부터 문제가 되는 거죠. 우리 이대서울병원같은 경우에도 중증 환자가 의료대란 이전과 비교해 2배나 늘어서 의료진의 피로도가 더 심해졌기에 타격이 아주 심각한 상황입니다.
이처럼 대형병원들은 이미 타격을 받고 있고 그럼 당연히 암 환자나 중증 응급환자들이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걸 (정부도) 알고 있었어요. 그래서 이 사람들이 보건복지부 브리핑할 때 보면 그 얘기를 항상 하잖아요. '중증 환자 보는 데는 문제없습니다'라고 얘기하잖아요.
그러니까 말도 안 되는 거짓말들을 하는 거죠. 이게 저는 어떻게 보면 정부에서 몰랐을 리가 없다고 생각을 해요. 그래서 이거는 (정부도) 아는 건데 대책이 없으면서 일은 저지른 거라고 생각을 해요.
그러니까 그분(공직자)들이 정책 전문가일지는 모르겠지만 이번 사태에 대처하는 능력은 굉장히 미숙했다 저는 이렇게 판단합니다."
3. 전공의와 의대생에 이어 의대 교수들도 환자 곁을 떠나고 있습니다.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전공의들 입장에서는 교수님들이 병원에 남아 있는 상황에서 자신들이 환자 곁을 잠시 떠나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할 수는 있었겠지만 마음이 편하지는 않을 겁니다. 교수들 역시 앞으로 한국의료를 이끌어갈 (전공의들을) 버리지 못하거든요.
근데 이제 아예 상황이 바뀌어서 교수들이 번아웃이 와버린 거죠. 그러니까 이게 도미노처럼 연쇄적으로 (문제를 야기하고 있는 것인데) 우리가 안 보겠다는 게 아니라 못 보는 상황이 된 거에요.
이런 상황이 연출이 되지 않게끔 했어야 하는데, 정부가 그것을 적절하게 대처하지 못한 거라고 저는 생각해요.
예를 들면 군의관들이 국립대 상급종합병원에 와 가지고 이 사람들이 인턴, 전공의를 대신해서 왔잖아요. 문제는 그 사람들이 와서 펑션(function) 할 수 있는 게 없다는 거예요. 공보의나 군의관들이 다 전문의 이긴 하지만 그 과에 속한 전공의 같이 스페서픽(specific)하게 그걸(진료를) 볼 수가 없거든요.
그리고 병원 시스템도 다를 거고 그러면, 이 분들이 거기에 들어가서 할 수 있는 일들이라는 건 굉장히 제한적일 수밖에 없죠.
예를 들면 암 환자 수술하는데 그 사람들이 수술하는 곳에 같이 들어갈 수가 없잖아요? 손발이 맞지 않는데, 그게 문제예요."
4. 교수님 말씀은 정부가 그만큼 이번 의료대란 사태에서 어설프게 대응하고 있다는 거잖아요.
"사실 어떻게 보면 그냥 의사 한 명을 (대학병원에) 보낸 거죠. 근데 이제 의미가 없는 거죠. (의료법상) 의사들은 원래 한 군데 의료기관에만 종사해야 되는데 두 군데 종사할 수 있도록 (정부가) 그걸 풀었어요.
이번에 그래서 개원의들도 고용할 수 있게끔 풀었는데 문제는 뭐냐 하면 그 개원의들이 들어와서 할 수가 있겠어요? 못하지. 그러니까 이건 허울뿐인 정책인 거죠.
근데 그게 뻔히 보이는데도 자기들이 그런 걸 지원해줬다, 그리고 그 몇십억을 지원했다 이런 식으로 홍보를 하니까 의사들 입장에서 보면 기만하고 있구나 이런 생각이 들고 (정부에 대한) 믿음이 없는 거죠."
"지금의 의료대란은 의사가 아니라, 정부가 환자를 버리게 만든 것"
5. 의사들 입장에서는 그렇겠죠. 근데 시민들은 여전히 '의사들이 사직으로 협박하고 있다' 이렇게 생각하는 분도 많은 것습니다.
"치료를 하는 당사자는 당연히 의료인이거든요. 근데 거기에 의료인이 빠지니까, 시민들이 의사들한테 배신감을 느끼고 돈만 안다 라고 생각하고 이런 막말도 나오고 그러지만, 사실 그게 아니더라도 시민들 입장에서는 당연히 그런 의혹을 가질 수밖에 없는 거죠.
제가 보기에는 환자들 입장에서 자기를 믿고 맡겨야 되는 의사들에 대한 믿음이 떨어졌다는 거에 대해 부인할 수가 없어요. 그거는 당연한 거라고 생각하고요.
저는 사실 '의료 대란'이라는 말도 싫어하고 '의사 파업'이라는 말도 싫어해요. 정부가 사실 의사 파업이라고 했지만 의사 파업이 아니라 전공의 파업이거든요. 전공의 파업이고 학생들이 휴학한 거거든요. 그러면 기존에 있는 대학 교수님들이나 전임이나 이런 사람들은 다 일을 하고 있단 말이에요.
그런데 전공의 비율이 높은 그런 대학병원들이 타격을 받은 거죠. 결국은 이 사태로 인해서 전공의 비율이 높은 병원에서 대학병원의 역할이 축소될 수밖에 없으니까 환자들이 피해를 받는 거거든요.
그래서 의사가 환자를 버린 게 아니라 결국은 시스템을 망쳐버린 정부가 환자를 버리게 만든 거죠. 유도한 거죠. 그게 좀 가슴 아픈데."
6. 교수님이 계시는 응급의학과는 흉부외과와 함께 대표적 필수 의료 분야라고 할 수 있는데, 이번 의료대란과 관련 현재 상황이 궁금합니다.
"(이대 서울병원은) 다른 병원하고는 좀 다른 부분이 있어요. 이게 뭐냐 하면 응급의학과 전문의 숫자는 변동이 없고, 우리는 인력 변화가 없으니까 (대신) 어떤 피해가 있냐면요. (다른 병원으로 가야 할) 중증 환자가 너무 많이 온다는 거예요.
(우리 병원의 경우) 응급실 환자수는 비슷한데 중증환자가 2배로 늘었어요. 그런데 중증환자는 거의 입원을 하잖아요. 중환자실이나 일반 병실로 입원을 하게 되는데 입원하는 비율이 높다보니 응급병상이 포화된 상태에서 새로 오는 중증 응급환자들은 입원이 안 될 수 있잖아요.
(평고 같으면) 입원이 안되는 경우, 전원조정센터를 통해서 다른 병원으로 전원(Transfer)을 보냈는데, 다른 병원도 여실이 떨어지다 보니 전원 자체가 불가능해요. 결국은 우리 병원에 남아 있어야 되는 거예요.
그럼 응급실에서 새로운 중증 환자를 못 받게 되는 상황이 벌어져요. 소위 말해 그걸 '턴오버(Turnover)'라고 하거든요. 응급실에서 다른 쪽으로 환자를 보내야 되는데 '턴오버' 자체가 안 되는 거죠.
이런 것들이 실제로 어떻게 보면 중증 응급의료센터로서의 기능을 제대로 못하게 되는 그런 상황들이 강제적으로 만들어진 거거든요."
"걸어서 오는 경증환자도 받아주는 응급의료체계 문제 많아"
7. 결국 악순환이 계속된다는 거네요?
"중증 환자가 많으니까 손도 많이 가고 너무 힘들고 그래서 경증 환자는 개인 병원이나 아니면 좁은 지역 응급의료기관 쪽 응급실로 보내고 중증 환자 위주로 권역센터와 지역응급의료센터로 보내겠다 이런 계획을 잡았지만 이게 어느 정도 되다가 또 안 돼요.
경증환자들은 또 걸어서 오는 경우가 많아요. 사실은 그게 우리나라의 잘못된 응급의료 형태 중에 하나였거든요. 걸어서 응급실을 갈 수 있다는 거는 응급이 아닌 거죠.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에 보게 되면 응급환자에 대한 정의가 있어요. 자기 스스로 응급환자라고 생각하면 병원에서 진료받아서 '당신은 응급, 비응급입니다'라고 하기 전까지는 (의사는) 응급으로 생각하고 환자한테 접근해야 되거든요.
지금 응급에 관한 법률에 그렇게 돼 있어요. 그러다 보니까 실제 우리나라는 환자가 걸어서 응급실을 올 수 있게 돼 있어요. 해외하고는 다르게.
물론 미국도 걸어서 응급실을 갈 수는 있긴 한데 걸어서 오는 사람들은 의사 얼굴을 보기 전까지 걸리는 시간이 보통 한 5시간에서 6시간 정도 걸리죠.
일본 같은 경우에는 아예 걸어서 응급실을 못 가게 돼 있죠. 119를 타고 가지 않는 이상은 응급실을 못 가게 돼 있기 때문에 실제 우리나라하고는 상황이 좀 많이 다릅니다.
(우리나라는) 술 취한 사람도 오고 코피 난 사람도 오고 오만 가지가 다 오니까. 실제로. (문제라는 거죠.)
8. 지금 같은 상황에서 경증환자가 응급실을 이용하면서 실제로 중증 환자들이 피해를 보는 경우가 있었나요?
"결국은 이게 경증과 중증이 원래 혼재되면서 시스템이 전체적으로 돌아가면 (기존에는) 환자를 보낼 수 있는 곳이 있었잖아요. (그런데 지금은) 그게 없어진 것이죠. 그러다 보니까 실제로 처음에 간 병원에서 모든 걸 결정을 해야 되는, 전원이 안되는 상황이 벌어지고. 이게 한 가지 문제가 될 수가 있고 저는 응급실 뺑뺑이라고 하는 말을 굉장히 싫어하거든요.
정부가 의대 증원에 대한 문제와 관련해서 꺼내든 게 '응급실 뺑뺑이', '소아과 오픈런' 이거를 꺼내든 거예요. (그런데) '응급실 뺑뺑이'라는 말은 전혀 맞지가 않는 게 '응급실 뺑뺑이'라는 거는 구급대에 의해서 이송되는 환자인 경우잖아요. 쉽게 얘기하면 '응급실 뺑뺑이'는 구급대가 이송하는 환자를 병원에서 못 받는다고 했다는 거잖아요.
근데 문제는 구급대에서는 상황실을 통해 모든 정보를 다 알고 있다는 거예요. 우리나라 응급의료 체계는 중앙응급의료센터라는 곳이 있고 거기에서 병원에 있는 의료 자원의 상황을 통제하고 있고요. 구급대는 환자 발생 정보를 다 갖고 있고요. 그러니까 두 개의 자료를 합치게 되면 환자가 발생했을 때 그 병원에 적합한지가 보이겠죠.
여기에서 문제는 뭐냐 하면 환자들이 나는 이 병원 꼭 가야겠어라고 생각을 하시는 분들이 있으면 그 병원에서 수용이 안되는 경우가 발생한다는 거죠.
그게 첫 번째고, 두 번째는 경증인데 큰 병원을 가려는 게 있어요. 그러면 구급대에서 경증을 큰 병원으로 보내야 하느냐? (당연히) 안 되죠. 당연히 적절하게 이송해야 되고 구급대는 경증 환자는 이송하면 안 돼요. 근데 우리나라는 경증이라도 이송 안 하게 되면 민원에 걸리니까 이 사람(구급대)들이 경증이고 중증이고 할 거 없이 다 이송한단 말이에요. 대학병원으로.
그러면 어떤 일이 벌어지냐면 그 대학병원의 자원이 경증 환자 본다고 자원이 말라버리겠죠.
그러니까 이송 병원이 없는 거예요. 그래서 응급실 뺑뺑이라는 거는 원칙적으로 맞지 않다. 구급대가 그걸 제대로 이송했다면 그럴 리가 없다. 이렇게 보는 거죠. 첫 번째고 두 번째로 구급대가 적절하게 환자만 배치를 한다면 이런 일이 생기지 않겠죠."
"의대 증원해도 필수의료 강화에 도움 안 돼, 낙수효과도 없을 것"
"정부는 환자나 의사를 수요 공급의 가치로 봐"
9. 필수의료 패키지의 하나로 의대 2천 명 증원이 있는데, 이게 응급의료에 도움이 될 거라고 보시나요?
"이거는(응급의료 도움은) 있을 수가 없어요. 앞으로 인구는 줄어들고 지금도 한해 3000명 이상 배출되기 때문에 의사 수는 갈수록 늘어날 텐데 지금 이 상황(의료대란)에서 (전공의들에게) 응급의학과 하라고 하겠어요? 뭐 (의사들이) 돈을 못 벌어서 안 할까요? 그게 아니에요. 결국은 힘들어서 안 하는 거예요.
그러면 의사가 많아지면 (응급실 근무가) 덜 힘들까요? 응급실은 원래 적자거든요. 사람들이 잘 모르는 게 '저기 응급실 환자 많으니까 여기는 흑자겠구나' 생각을 하지만 응급실은 적자예요.
왜 적자냐면 여기는 병원 안에 작은 병원이에요. 응급실에서 모든 검사가 빠르게 이루어져야 돼요. 경증은 빨리 퇴원시켜야 되고 중증은 빨리 입원시켜야 되고 수술이 필요하면 빨리 수술해야 되고 그러니까 여기에는 인력이 많을 수밖에 없어요. 웬만한 개인 병원의 인력 모든 과에 있는 개인 병원의 인력보다도 많아요.
저희가 응급실에 간호사만 지금 50명 가까이 되고 그리고 의사만 지금 18명에, 응급구조조사는 8명, 그다음에 이동반 직원들 중 매번 상주하는 직원이 3명이 있고, 여기에 간호조무사도 있고 영상의학과도 있고 임상병리사도 진단검사의학과도 있고 응급실을 운영을 하면서 이 사람들을 월급을 주려면 감당이 어렵죠.
그런데 우리나라는 저수가 정책을 쓰고 있잖아요. 1명당 5만 원 정도를 주고 있는데 환자 1명당 100명 온다고 하게 되면 500만 원이잖아요. 그러면 그때 당시에 있는 인력을 그 돈으로 커버할 수 있냐는 거예요. 안되거든요.
응급실은 중증 환자를 대학병원에서 보게 하기 위한 '게이트 키퍼(Gatekeeper)로서 반드시 필요한 과인데 그걸 위해서 적자를 보고 운영을 해야되는 상황이잖아요.
그래서 응급관리료를 2배로 올렸어요. 그럼 병원 수익이 늘어났다고 해서 응급의학과 의사를 더 뽑을까요? 안 뽑는다는 거죠. 왜냐하면 항상 적자니깐. 더 뽑으면 오히려 더 적자인거죠.
권역응급의료센터는 적자가 아닐 수 있어요. 왜냐하면 여러 가지 수가를 올려줬으니까. 근데 권역응급의료센터 이하 급은 흑자를 볼 수가 없는 구조예요. 게다가 업무 로딩(부담)이 강할 거 아니에요.
그리고 사고도 많죠. 의료 사고 많고 욕 먹고 막 닥달받고 이러면 뭐 하러 하겠어요? 우리 보고 '사명감 갖고 일해라' 라고 하면 이 사태에 있던 지금 전공의들이나 학생들은 사명감을 가지겠어요?
아주 쉬운 얘기로 외상센터 교수님은 병원 경영진하고 싸우고 나서 결국은 외상을 안 하고 다른 병원 병원장으로 가잖아요. 외상센터에 일할 수 있는 사람 손이 한 명 줄어버린 거예요. 결국은 이게(의대 2천명 증원이) 그런 걸(외상센터 사직같은 상황을) 유도할 수밖에 없어요."
10. 의사수를 늘리면 전공의 기피과도 낙수효과를 볼 수 있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산부인과 수가가 늘었지만 산부외과 (전공의가) 안 늘잖아요. 수가가 늘더라도 우리가 산부인과, 소아과를 안하잖아요. 필수의료 강화라는 게 정원 증가라는 부분과는 연관이 떨어지지만 유일하게 기대할 수 있는 게 낙수효과에요. 하지만 (정부가 의대 정원을 증원해도) 낙수효과는 저조할 것으로 전망이 돼요.
뿐만 아니라, 해당 임상과를 하는 의료진의 경우 낙수과를 했다고 하는 자괴감을 가지게 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의사들이 자신의 일에 자부심을 가지고 해도 모지란데 자괴감을 가지고 어떻게 환자를 보겠습니까?"
11. 그렇다면 필수 의료를 공고하기 위해서 어떤 노력이나 정책이 필요할 거라고 생각 하시나요?
"지금 현 정부에서 필수의료 강화 패키지라는 명목으로 필수의료 강화 패키지를 만들었잖아요. (그런데) 그게 불가능한 이유가 있어요. 첫 번째 이유가 다른 걸 다 떠나서 돈을 만들 수가 없어요.
무슨 얘기냐 하면 필수의료를 중증의료라고 해봅시다. (의사들이) 이 걸 안하는 이유는 그걸 해 가지고 먹고 살기가 힘들기 때문이죠. 아주 쉬운 얘기로 그러면 내가 응급의학과를 하면 나는 대학병원에 속해 있지 않으면 내가 돈을 못 벌잖아요.
그럼 응급의학과는 대학병원에 남아 있거나, 아니면 중소 약간 큰 병원들이 응급의학과를 하기 위해서 남아 있는 사람들만 하는 과가 돼버리잖아요. 그러니까 응급의학과는 딱 그 사람들만 하는 거예요.
근데 응급의학과를 (지원)했는데 내가 그만큼의 돈을 받을 수도 없다고 한다면 대학병원에서 봉직의로 있지 않고 나가겠죠.
이 사람들이 나가서 뭐 하겠어요? 미용하겠죠. 그러니까 응급의료에 관련된 수가를 올려줘야되는데요. 응급의료 수가를 올려주려면 여기와 관련된 모든 수가를 올려줘야 적자를 안 볼 거 아니에요. 그러면 중증 응급환자를 보는 응급학과 의사가 늘어날 거란 말이죠. 그런데 중환자의학과 얘기를 들어보면 사실은 두 배를 올려줘도 (응급의학과는) 힘들어요. 국가에서 써야 되는 돈이 너무 많으니까. (수가 인상에도 한계가 있다는 거죠.)
사실 수가 파이 중에 가장 많은 부분은 어디냐 하면 경증질환이라고 봅니다. (때문에) 필수의료분야를 강화하기 위해서는 감기 환자, 설사 환자 같은 경증 환자들에게 들어가는 예산을 줄여야 하는데, 만약 '감기 환자는 이제부터 보험이 안됩니다'라고 하면 난리가 나겠죠.
정부가 진짜 필수의료를 살리겠다면 제가 보기에는 일단은 재원 마련이 퍼스트예요. 재원 마련이 퍼스트고 두 번째는 그렇게 마련한 재원을 적절하게 잘 써야 돼요. 그리고 뺄 건 빼야 돼요. (그런데) 현재 의료대란을 바라보는 국가 지도부라고 얘기하는 사람들 심지어는 보건복지부도 설마 이렇게 볼까라는 생각은 듭니다.
정부는 지금 환자나 의사들을 사람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어떤 수요 공급의 가치로, 시장 수요로 보는 거에요."
"의대 증원은 '20년 동안 증원 못 시켰던 의사를 우리가 증원시켰어' 이런 식으로 업적 쌓기 하려 하는 것"
12. 그렇다면 교수님은 앞으로 한국 의료가 어떻게 될 거라고 보시나요?
일단은 지금 후퇴돼버렸어요. 선거 때 인기를 좀 끌어보겠다고, 이런 잘못된 정치적인 접근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나중에 이제 선거 지고 나서 수정하면 되는데 '우린 잘못을 안 한 거고 의료 개혁은 너무 필요하다'고 얘기를 하는 거예요.
그럼 '어떤 의료 개혁이 필요한가라는 부분이 필수 의료 강화라는 것 뿐이냐'라고 얘기했을 때, 저는 아니라고 봐요.
왜냐하면 필수의료 강화는 한 부분인데 이 사람들은 (처음부터) 필수의료를 강화할 생각이 없었던 거예요.
의대 증원을 하면 이 사람들은 자기들이 '의사를 20년 동안 증원 못 시켰던 거를 우리는 증원시켰어' 이런 식으로 업적 쌓기를 하려 하는 거에요.
윤석열 대통령 지금 업적이 없는데 만들 수 있는 업적이 지금은 의료개혁 이거든요."
13. 기사를 읽는 독자들이나, 국민들께 하고 싶은 말씀이 있으신가요?
"결국은 국민들이 피해를 보고 있잖아요. 대다수 병원들은 그걸 어떻게 하면 커버할 수 있을까를 고민해요. 이번 일을 계기로 저는 국민들도 대형병원을 이용하는 거를 자제해 주시는 게 좋지 않을까 생각이 돼요. 대형 병원은 중증 환자들한테 양보하고 자신들이 갈 수 있는 가까운 중소병원에서 진료를 받았으면 좋겠어요.
응급실에 와서 성형외과 의사가 봉합해 주기를 원하는 거는, 국민들이 과도하게 엄청난 의료 혜택을 누리고 있었던 거죠. 지금 이 사태 때문에 가장 불편한 분들은 중증 환자와 암 환자예요.
중증 환자와 암 환자들한테 큰 병원들은 양보하시고 찢어져서 다치거나 그냥 단순한 상처는 그냥 근처 적절한 지역 병원 가셔서 거기에서 치료받으시면 도움이 될 것 같아요."